2007년 4월 28일 토요일

민사고 - 서울대 논술 채점 교수 지적 들어보니 …

[중앙일보] 2007. 02. 03


지난달 16일 치러진 서울대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 채점위원으로 참여한 인문대 A교수는 '2인3각 경기'를 예로 들면서 시작한 답안을 수도 없이 읽어야 했다. 그는 "예화가 '우리 사회 각 영역의 변화 속도'를 묻는 논제에 안 맞았다기보다는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어디서 배운 모양이다' 싶었다."고 말했다. A교수는 "틀에 박힌 논지 전개 등 훈련된 답안 냄새가 나면 독창성이 떨어지므로 중간 이상의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채점위원인 B교수는 "속도를 묻는데 경쟁에 대해 논하는 답안이 많았다"며 "지난해 기출문제를 놓고 학원에서 배우거나 연습한 내용을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 논술에선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논술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B교수는 또 "올해는 특히 제시문 요약에 그친 답안이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의 독창적 생각을 일관된 논지로 쓰는 게 관건인데 제시문만 요약하다 끝난 답안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논제에 대해 "각 주체들이 대화를 통해 적절한 속도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자님 말씀'을 결론으로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B교수는 "문제를 놓고 스스로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답안에 높은 점수 줬다"=A교수는 "여러 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은 흔적이 문장에 보이는 답안, 가르쳐준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흔적이 있는 답안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논술은 참신한 관점을 요령 있게 논리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교수는 "입시학원에서 예상문제를 놓고 '이런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 써야 한다.'는 등의 공식화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채점을 하다 보면 그 흐름이 보여 판에 박힌 기술적 훈련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쓴 글에 점수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윤여탁(국어교육과) 교수는 "틀에 박힌 이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학교생활 등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논술을 쓰라"고 충고했다.


사교육의 흔적이 보이는 답안이 점수를 얻지 못한 탓인지 이번 정시모집 합격자들의 논술 평균은 군(郡) 출신(6명)이 23.58점으로 서울 출신(279명) 23.42점, 광역시(180명) 23.41점, 시(120명) 23.36점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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