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28일 토요일

수능

국내대학 입학을 위한 두 번째의 요소는 수능입니다. 수능도 내신과 마찬가지로 9등급으로 판정되어 대학입시에 반영됩니다. 표준화 검사이므로 내신보다는 학생의 능력을 판정하는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능에서 상위 4%의 학생들이 1등급을 받게 됩니다. 어떤 영역의 전체 응시자가 60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그 영역의 1등급을 받는 학생은 24000명이 됩니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생들의 능력을 판단하고자 할 때 한 영역의 동점자(동급자)가 24000명이라면 어떻게 그 학생들의 우열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 결국은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의 우수함을 보여주려고 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극소수의 학생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쉬운 일일까요. 여러분은 할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왜 자신이 응시한 시험에서 자신이 받은 원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이제까지 본 거의 모슨 시험의 결과는 여러분이 받은 원점수로 여러분에게 통보되었을 것입니다. 미국 대학에 제출하는 시험인 SAT도 시험의 결과가 점수로 학생에게 통보됩니다. 정말 원점수를 가지고 수능을 판정하면 점수경쟁을 유발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입니까. 수능을 9등급화 한다고 해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점수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필요하다면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학업 능력을 향상 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원점수로 하든 등급으로 하든 결과의 차이는 미미할 뿐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그 결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나쁜 일입니까. 보충할 필요가 있어 방과 후에 사교육 기관에서 더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나쁜 일입니까. 공부를 더 하겠다는 학생의 의지를, 그 학생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학부모의 의지를 비난하고 부도덕하다고 꺾어버릴 때 과연 ‘국가의 교육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입니까. 공부를 더 하겠다는 학생에 대하여는 학생의 능력이 되는 한까지 충분히 교육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 기회를 사교육 기관에서 얻어야 한다면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부모는 본인이 지원하면 되고, 그렇지 못한 학생에 대하여는 국가가 재원을 만들어 학생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럴 때 ‘국가의 교육 경쟁력’이 올라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경우 10학년 때부터 수능의 고득점을 위한 문제풀이를 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즉 고등학교 3년 동안 문제 푸는 연습만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과연 수능 고득점을 위하여 3년 내내 문제만 풀다가 고등학교 생활을 마쳐야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수능 고득점을 얻을 수는 있을까요. 그렇게 고득점을 얻었다고 해도 누구나 다 1등급을 받을 수가 있을까요. 1등급을 받는 학생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물론 동점자가 많은 경우 예상 숫자를 넘을 수는 있습니다만,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의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내신 9등급제 보다는 시험을 보는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에 따라 판정받을 기회가 더 많이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3년을 수능점수를 얻기 위하여 공부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리 효과적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시험은 학습의 결과를 판정하는 것이지 시험 준비만을 판정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고등학생들이 수능 시험 준비에 고등학교 생활의 전부를 바치고 있습니다.


민사고 학생들도 국내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면 수능시험을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민사고에서는 수능시험 준비를 10학년 때부터 하지는 않습니다. 11학년 때까지는 정상적인 교과서로 해당 교과에서 배워야 할 것을 충실히 익히고 12학년 때가 되면 문제 풀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하여 문제 풀이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해당 교과 또는 영역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다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기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문제 적응력을 위하여 고등학교 3년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문제에 적응하는 데는 개인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길어야 6개월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문제 풀이에 지치지 말고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민사고 졸업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대학들은 2008학년도 수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 변화를 발표하였습니다. 이제 수능만을 잘 보아도 일정 부분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 서울대 = 수능을 정시 일반전형에서만 반영하며 정원의 3배수를 뽑는 1단계에만 적용하고 2단계는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

◆ 연세대 = 정시 일반전형에서 의예과, 치의예과, 예체능계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서 50%를 수능성적 만으로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는 수능 40%(학생부 50%.논술 10%)를 반영한다.

◆ 고려대 = 모집단위별 정원의 절반까지 우선 선발하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없이 수능을 100% 반영한다.


수능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1년에 한번만 응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수능을 일 년에 단 한번만 그것도 행정 편의적 발상에 따른 지정된 날에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수능이 가진 대학입시에서의 중요성에 비추어보면 학생에 대한 배려는 지나치게 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능을 한 달에 한 번 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자신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할 때 응시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고등학교 3년 동안 딱 한번 응시할 수 있는 현 수능에서 그날 정말로 불가피한 일이 생겨서, 사고가 생겨서, 컨디션이 나빠서 혹은 깜빡해서 시험을 소위 망쳤다면 그 학생의 인생이 거기서 달라져야 하는데 이것이 정말 옳은 일입니까. 너무나 편의적인 생강은 아닌가요. 물론 시험을 여러 번 보려면 그만큼 경제적-인적 비용이 더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 비용을 사용해서 대한민국 모든 수험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능력을 옳게 판정받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그 올바른 판정을 가지고 대학들이 학생을 올바르게 선발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 입게 되는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올바르게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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