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벌레들만 산다?

몇년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횡성 산골의 공부벌레들”이란 제목으로 학교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교를 소개하면서 학생들의 야간 생활관 모습을 보여준 것이 있습니다. 우연하게도 시험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라서 많은 학생들이 늦게까지 공부하는 모습이 화면에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새벽 2시 이후에 소등된 후 충전식 랜턴을 이용하여 공부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때부터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공부벌레이고, 학교는 대학 진학을 시키기 위한 공부를 대단히 많이 시키는 학교로 오해 받았던 것 같습니다.

민사고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6시 기상하여 7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에게 큰 절로 인사하는 혼정신성을 먼저하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하루에 6시간 정규 수업을 하고 매일 2시간은 기본적으로 개별 탐구 활동을 할 수 있는 IR을 운영합니다. 실제로 공부(수업)를 하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과 후 저녁 시간에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생활관 방에서 또는 별도의 학습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공부하도록 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사고 학생들이 공부벌레들이라면 그건 아마도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대단히 열심히 할 때의 모습만을 보고 하는 말들일 것입니다.

민사고 재학생들의 설문에 따르면 민사고를 선택한 이유로 드는 것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 경향은 진학에 유리해서라는 이유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 . 민사고 재학생들의 설문에서 볼 수 있듯이 민사고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대단히 많이 하기 위해서 민사고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입니다. 즉 공부벌레가 되기 위하여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벌레(?)가 되기 위하여 입학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부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공부만을 하기 위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민사고 학생들은 도대체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을까요? 민사고에는 이런저런 이벤트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공식적인 활동도 있고 많은 경우 비공식적인 활동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민족제, 학술제, 음악회, 댄스파티. 신입생 환영회, 졸업생 환송회 등의 행사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서 그 결과들을 발표하는 동아리 발표회, 전시회, 각종 모금을 위한 공연, 또는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기 위한 개인 발표회 등 수없이 많은 이벤트 들이 연중 끊이지 않습니다.

“민사고 학생들은 언제 이런 활동들을 하나요?”, “이런 활동들을 할 시간은 정말 있나요?”, “그냥 하는 척 하는 건 아닌가요?” 등등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합니다. 하지만 민사고의 일과를 보면 정규수업 이외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평일에는 6교시 이후, 토요일에는 2교시 이후, 일요일에는 전체를 활용하여 이러한 활동들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누구도 이러한 활동을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들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스스로 결정하여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비친 민사고 학생의 한 모습만을 보고 모든 생활이 그러하리라고 속단하지 마십시오. 밤에 잠도 자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늘 누구나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공부는 스스로가 필요해서 필요한 만큼 하는 것입니다. 많은 공부를 한다고 실력이 반드시 그 만큼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사고 학생들은 공부에 찌들어 사는 학생들이 아닙니다. 필요한 공부를 가장 효과적인 시간 내에 하고 자기 계발을 위한 여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