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8일 월요일

엄세용 부교장이 말하는 민족사관고 오해와 진실


외국경험 필수? 영어만 잘하면 합격?
엄세용 부교장이 말하는 민족사관고 오해와 진실



조선일보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2007.05.27

“민사고 가려면 돈 많이 든다는데?” “고교 과정을 미리 공부해야 하나요?” “민사고 들어가려면 어학 연수를 꼭 갔다 와야 하나요?”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가 문을 연 지 11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대표적인 자립형 사립고로 자리잡으면서 민사고에 대해 잘못된 소문도 많이 떠돈다. 소문 속에 담긴 오해를 풀기 위해 최근 민사고 엄세용 부교장이 ‘민사고에서 네 꿈을 펼쳐라’란 책을 냈다. 엄 부교장에게 민사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오해 1. 민사고는 귀족학교

민사고 학생들은 일인당 연간 1500만원 정도를 낸다. 이 중 기숙사비 800만원을 제외하면 교육비로 학생이 부담하는 금액은 연평균 700만원. 매월 60만원 정도로 일반 사립고의 연평균 450만원보다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엄세용 부교장은 “15명 이내의 소수 정예 교육을 하고 있고, 다양한 선택 교과를 통해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매년 전체 학생의 약 25%에 해당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오해 2. 고등학교 과정 미리 공부해야

엄 부교장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로 “어디까지 공부해야 돼요?”를 꼽았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해 가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엄 부교장은 “중학교 과정을 완전히 이해한 학생이 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중학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해 3. 외국 꼭 갔다 와야

특목고나 민사고를 가기 위해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이 더러 있다. 그렇다면 민사고 입학생 중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했을까?

엄 부교장은 “전체 학생 중 25~30%만 해외 유학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즉, 10명 중 7명은 순수 국내파다. 엄 부교장은 “외국에서 공부한다고 영어가 저절로 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도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얼마든지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오해 4. 영어만 잘해도 합격

민사고에서 영어상용정책(EOP)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간혹 ‘영어만 잘하면 민사고에 합격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엄 부교장은 “영어는 토플 CBT 기준으로 240~260점 정도면 충분하다”며 “차라리 영어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특기분야에서 우수함을 입증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민사고는 2008학년도부터 영어 기준 점수제를 폐지했다. 영어 점수 몇점 더 높이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에서다.

오해 5. 민사고 주최 프로그램 참가 필수

민사고는 방학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더십과 영어를 배우는 GLPS(Global Leadership Pro gram for Students), 수학 또는 과학의 창의성을 배우는 GiSS(School of the Gifted Science), 토론 이론을 배우고 실제 토론을 해보는 ‘DEBATE SCHOOL’ 등이 있다.

엄 부교장은 “매년 ‘방학 중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민사고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해서 입시에 별도의 혜택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런 소문이 도는 건 민사고 합격자 중 일부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터디그룹 만들어 공부 효율 두 배로
민사고 선배들의 조언

민사고 8기 김현호(20)군은 “스터디 그룹을 짜 공부하면 효율이 두 배로 늘어난다”고 조언한다. 현호는 적정 인원으로 3~5명을 제시했다. 또 “그룹을 이끌 리더와 규칙을 정하면 스터디 그룹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공부하다 졸릴 땐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자는 게 낫다”고 11기 문영훈(17)군이 충고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5시간 공부하느니 4시간 자고 1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

11기 김근영(17)군은 “효과적인 공부를 하려면 자습시간 전인 쉬는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쉬는 시간에 주변과 책상 위를 정리해 ‘공부할 태세’를 갖춰놔야지, 자습시간이 시작되고 나서 정돈하면 은근히 많은 시간을 뺏긴다는 얘기다.

컴퓨터 사용은 어떡할까? 11기 김규민(17)군은 “목적 없는 인터넷 서핑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목적과 계획을 세웠을 때만 컴퓨터를 켜고 일이 끝나면 미련 없이 컴퓨터를 꺼야 한다.
 
학업계획서는 솔직하게… 수학경시대회 응시를
민사고 입시 어떻게 준비할까


2008학년도 입학전형부터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계열별 선발을 폐지하고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한다. 민사고 엄세용 부교장에게 민사고 입학전형의 특징과 전략을 들어봤다.

민사고 입학전형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학생의 학업 능력을 판단하는 서류전형-영재판별검사-심층면접으로 구성된다. 최종 합격하기까지 보통 5: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1차 전형

서류전형시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입학원서, 영어성적표,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표, 학교생활기록부 사본 등이다. 엄 부교장은 “서류전형이란 현재 학생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아래와 같은 사항을 주의하라고 충고했다.

●학업계획서는 솔직하게: 입학원서는 지원자 정보, 학부모 정보, 학업계획서, 서약서 총 네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중요한 건 학업계획서다. 입학원서의 다른 부분이 객관적인 정보에 대한 사항을 담는 반면, 학업계획서를 통해 학생의 솔직한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 엄 부교장은 “입학원서의 다른 부문에 담겨 있는 사항을 반복해 쓰지 말고 앞으로 민사고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구체적인 사항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어 사용 능력은 기본: 2008학년도부터 민사고는 필수 제출 서류로 한국언어문화연구원에서 주최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을 요구한다. 민사고에서 제시하는 제한 점수는 없지만 시험에서 60% 이상을 득점하면 부여되는 등급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 점수보다 의사소통 능력이 우선: 점수가 인정되는 영어시험 종류는 확대된다. 기존의 토플(TOEFL)과 텝스(TEPS)에서 테슬(TESL)과 토셀(TOSEL)을 추가하는 대신 기준 점수제를 폐지했다. 시험 공부보다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시간과 노력을 더했으면 하는 뜻에서다. 엄 부교장은 “토플 CBT 기준으로 240점 정도면 충분하다”며 “2·3차 전형에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높은 영어시험 점수를 제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민사고 수학경시대회 응시하면 좋아: 민사고는 수학을 중시한다. 논리력과 응용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이 다른 학문의 기초가 되기 때문. 서류전형에서 자신의 수학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민사고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해 성적을 제출하는 것이다. 엄 부교장은 “경시대회를 준비한다고 고등학교 수학을 먼저 공부하는 학생이 있는데 차라리 중학교 과정을 철저히 학습하는 편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2차 전형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입학정원의 두 배 정도인 300여 명이 남는다. 이 인원이 인문사회영역·수리과학영역으로 나눠 영재판결검사를 본다.

엄 부교장은 “민사고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것처럼 고등학교·대학교 과정의 수준 높은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중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꾸준히 고민하는 것만이 영재판별검사에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

대부분 우리말로 출제되지만 때로 영어로 된 문항이 추가될 수 있다. 이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서론·본론·결론의 틀 갖추기 ▲간결한 문장을 쓰되 ‘And, But, For’ 등을 남발하지 않기 ▲주어·동사 일치 틀리지 말기 ▲자신의 수준에 맞는 단어 쓰기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3차 전형

2차 전형을 본 학생들은 모두 심층 면접을 봐야 한다. 한 학생당 약 20분 정도를 할애하며 구술면접을 보는 동시에 인성을 평가한다. 구술면접은 학생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학생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집중적으로 질문한다. 예컨대 수학경시대회에서 수상한 학생이라면 ‘칠판에 문제 해결 과정을 써보라’고 할 수 있으며,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지문을 주고 ‘해석해보라’고 할 수 있다.

면접이 끝나면 마지막 단계로 민사고 운동장을 10바퀴 도는 4㎞ 달리기를 실시한다. 엄 부교장은 “학생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테스트이기 때문에 시간을 측정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는가만 본다”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