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7일 월요일

사립학교는 사립학교이어야 한다

 
사립학교는 사립학교이어야 한다.


        교육을 말하면서 늘 함께 얘기되어지는 것이 교육의 평등이다. 평준화라고 말해도 다르지 않다. 평준화를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내용을 같은 교육방법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교육의 질을 최대화한다고 말한다. 즉 모든 사람에게 맞는 교육은 평준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인가. 과연 모든 사람이 평준화된 틀 속에서 같은 교육을 받으며 그들의 교육적 역량이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가. 평준화를 통하여 과연 그 동안 문제시되었던 교육의 문제가 해소 되었는가? 평준화를 통하여 소위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가.

        교육의 평등은 교육내용의 평등, 교육방법의 평등이 아니라 교육기회의 평등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평등하게 가져야 한다.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교육내용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교육방법으로 배울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평등은 아닐 것이다.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학교는 국가의 교육이념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능력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하여 같은 내용을 같은 방법으로 교육하여 학생들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의 책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들에게 이런 방법을 요구한다는 것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것을, 더 다른 방법으로 교육받고자 하는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모든 학교들에게 국가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사립학교들에게는 그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하여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국가가 정한 학습의 수준을 달성한 이후의 교육활동에 대하여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주어야 한다. 제도상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현재의 제도가 막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그런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사교육 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학교가 학생의 이러한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시킬 때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교육이 나쁘다’고 할 때 이는 제도적으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더 배우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의 이런 욕구를 만족시킬 때 학생들이 사교육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현실적으로 이런 사교육의 수요를 내부로 끌어들이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립학교들이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한다면, 학생들의 더 많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소위 공교육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을 것이다.

        사립학교는 국가단위의 교육목표를 구현한 후에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받고 그에 따른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사립학교들에게 교육내용, 교육방법, 학생선발, 학교재정운영, 교원선발 등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하고, 국가가 목표하는 학습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사립학교는 학교가 정한 원칙에 따라 이러한 국가단위의 목표수준을 완성한 후 학교이념에 따른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국가는 현재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재정을 국-공립학교의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여 현재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고,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는 학교가 정한 원칙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하며 교육비를 징수하여 학생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많은 사립학교들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교육이 지나친 경쟁으로 인하여 황폐해 질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교육도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통제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대단히 다양한 교육이념과 방법을 갖춘 다양한 학교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학교를 선택하여 배울 수 있는데, 만약 그런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할 경우 그 학교는 소위 교육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인데 이런 경우 국가가 나서서 그 학생과 학부모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가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교육받을 사람들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교육하는 사람들이 교육받을 사람에 우선하여 모든 교육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도 교육받을 사람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고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가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교육받을 사람(교육소비자)은 이런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교육하는 사람(교육가, 교육행정가)은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극복하기 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바로 교육의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교육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이런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사립학교는 진정한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교를 경영하고, 국가는 국가의 교육목표에 따라 국-공립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이런 교육 갈등은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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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사관고등학교 부교장 엄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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